'대포'VS'소총' 내일 화력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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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사막의 결투.

태양이 내리쬐는 미 애리조나 사막에서 왼손에 총을 쥔 '건맨'들이 마주 선다. 하나는 '기관총'으로 불릴 만한 다연발 소총을 들었고, 나머지 둘은 메가톤급 화력을 지닌 '대포'와 '박격포'를 어깨에 멨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기관총 사수, 같은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삼성)과 최희섭(시카고 컵스)이 대포와 박격포 사수다.

8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호호캄파크에서 벌어질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매리너스-컵스의 한판은 이처럼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타자들의 정면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자마자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손에 거머쥔 이치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지구촌 최고의 저격수다. 정확성과 배트 스피드, 선구안에 주루 플레이까지-, 파워를 빼고는 그를 능가하는 선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마디로 '타격의 신천지'를 개척한 주인공이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것, 다리를 들어올리는 외다리 타법을 포기한 것,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리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것까지 모두 이치로를 따라가고 있는 이승엽은 시범경기에서의 2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한 것처럼 '한방'으로 승부를 걸 작정이다. 이승엽에게는 매리너스와의 대전이 이번 캠프의 마지막 경기다. 이승엽은 9일 오후 5시40분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한다.

5일까지 5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낸 최희섭은 9타수6안타(0.667)에 2루타 3개가 말해주듯 정확성을 겸비한 중거리포다. 아직 홈런은 없지만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매리너스 불펜에는 하세가와(중간)와 사사키(마무리) 등 두명의 일본인 투수가 버티고 있어 이날 경기는 한·일 투타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8일에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시범경기 두번째 선발 등판하며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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