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올 월드컵 관광객을 북한을 경유하는 육로로 수송하는 방안은 성사될 경우 북한에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고,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중국 관광객이 서울을 오가는 길에 북한지역을 연계관광할 수 있는 데다 북한이 4월 29일부터 두달간 치르게 될 평양 아리랑 축전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게 분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6일 "한·중 또는 남북간 당국 차원의 협의는 없었다"면서도 "한반도에서 일정한 역할을 원하는 중국측이 월드컵을 계기로 자연스레 남북 간 협의의 장을 만들어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미·중 정상회담 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서 북한에 대화를 권유해줄 것을 요청받은 중국정부가 북측을 남북 화해협력으로 유도하려고 월드컵 관광객 수송문제를 카드로 꺼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탕자쉬안(唐家璇)중국 외교부장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게 정부 당국과 관광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우선 북한의 열악한 열차 사정도 문제지만 철로가 연결되지 않은 개성~판문점 구간은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도 따른다.
동북 3성지역 중국인이나 조선족 동포들이 주로 이용하겠지만, 왕복 운행시간이 최대 4~5일 걸릴 수 있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들은 오히려 한·중간 선박편을 이용하는 쪽을 선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북한이 미군관할이라며 기피해온 판문점을 개방할지도 불투명하고, 한·미간 협의도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을 거치는 한·중 간 월드컵 관광루트 개설은 운송특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북한이 남북 간 교통로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연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남북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의선(京義線)철도·도로 연결을 꺼려온 북한이 중국측의 설득을 통해 개방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 관광객이 이 경로를 이용해 아리랑 축전을 다녀오거나 금강산 관광과 북한의 다른 지역 관광코스를 연결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 간 중재자 역할에 나서려 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아직 북·중 간의 협의는 관광객 운송을 위한 구체적인 단계까지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