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서도 넘겼다 이승엽 첫 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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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이것은 한 타자에겐 평범한 홈런이지만 한국 프로야구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처음으로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명언을 빌자면 이쯤 되지 않을까.

다소 과장섞인 표현이지만 4일(한국시간) 이승엽(26·삼성·사진)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왜 그의 별명이 '한국의 국민타자'임을 보여줬다. 시카고 컵스에서 초청선수로 뛰고 있는 이승엽은 이날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구장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서 투런 홈런을 날렸다.

7회초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좌완 셋업맨 애런 풀츠(29)를 상대로 볼카운트 1-0에서 바깥쪽 낮은 직구를 그대로 밀어쳐 1백15m짜리 좌월 홈런을 뿜어냈다.

지난 1일과 2일 대타로 출전해 각각 병살타와 삼진에 그친 이승엽에겐 부진을 떨쳐버린 신호탄인 동시에 왼손 투수를 상대로 좌타자가 밀어친 것이라 더욱 돋보였다.

5회말 수비 때 최희섭(23)에게 4번타자 겸 1루수를 물려받은 이승엽은 수비를 하면서 타격감을 되찾았다. 이승엽은 9회 초 무사 1루에서 한 타석 더 들어섰지만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승엽은 "치는 순간 홈런인지 확실치 않아 1루까지 타구도 보지 않고 전력 질주했다"며 "떨려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야구는 어디나 똑같은 것 아니냐"고 소감을 밝혔다.

돈 베일러 감독은 "이승엽이 젊은데도 밀어칠 줄 안다는 것에 놀랐다"며 "앞으로도 많은 출장기회를 줘 그의 실력이 제대로 나타나도록 배려하겠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경기엔 이승엽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 6개 구단의 스카우트 관계자가 찾아와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한편 이승엽은 5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다시 기회를 엿본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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