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레코더 표준화 3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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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980년대 초 세계 전자업계는 TV 방송을 녹화하고 영화를 재생할 수 있는 VCR(Video Cassette Recorder) 표준전쟁으로 들썩댔다.

전쟁의 주역은 일본 소니의 베타 방식과 마쓰시타의 VHS 방식. 결과는 성능에선 뒤졌지만 협력업체를 많이 끌어낸 VHS 방식의 승리.

이후 베타 방식의 VCR는 일부 전문가용만 남긴 채 사라졌고 VHS 방식이 세계 시장의 표준이 됐다. 현재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VCR는 모두 VHS 방식이다.

원천기술을 개발했던 마쓰시타는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VCR를 생산하는 업체로부터 최대 5%까지 로열티를 받아 세계 최대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년. 이같은 녹화재생기 표준전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DVD(Digital Versatile Disk).

요즘 보급이 크게 늘고 있는 DVD 플레이어가 VCR를 급속히 대체해 2004년께에는 DVD 플레이어의 판매가 VCR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 보급되는 DVD 플레이어는 녹화기능은 없는 '재생전용'이다.

때문에 녹화기능이 있는 DVD 녹화재생기(레코더)의 개발과 보급이 세계 전자업계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표준전쟁 삼파전=DVD 녹화재생기의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기존 타이틀과의 호환성과 녹화 횟수 등에 따라 ▶마쓰시타·도시바·삼성전자 등 66개 사가 참여한 'DVD-RAM'▶파이어니어·샤프 등 46개 사가 결합한 'DVD-RW'▶필립스·델컴퓨터 등 8개사가 주축이 된 'DVD+RW'.

DVD-RAM은 현재 사용되는 DVD 플레이어와 호환성이 없지만 10만회나 기록재생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반면 DVD-RW는 현재의 DVD 플레이어와 호환이 되지만 기록재생이 1천회에 불과하다.

마쓰시타·파이어니어·필립스·삼성전자·LG전자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품화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1천5백달러(약 1백95만원)~3천달러(3백90만원)에 팔고 있다. 국내에선 올 중순 이후부터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시판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DVD 레코더 시장은 2004년에 전세계적으로 1천3백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신만용 부사장은 "이 표준전쟁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이 향후 녹화재생기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중한 국내업체들=국내업체들은 대부분 '보험' 형식으로 두 개 이상 기술표준에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VD-RAM 포럼의 의장으로 활동하며 양산체제를 갖춰 수출에 나서는 한편 DVD-RW 포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히타치와 합작회사인 HLDS를 발족해 DVD-RAM 기술에 주력하면서도 자체적으로 DVD-RW 기술을 개발했다.

◇DVD=일반 CD와 같은 크기인 직경 12㎝의 디스크 한 면에 4.7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매체를 DVD 타이틀이라고 부른다. 일반 CD(저장용량 6백40메가바이트)보다 일곱배나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한 면에 1백33분짜리 영화가 들어간다. DVD 타이틀을 재생하는 기계가 DVD 플레이어고, 여기에 녹화까지 할 수 있는 제품이 DVD 녹화재생기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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