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바뀔때마다 健保 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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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수가(酬價·진료행위의 가격)를 2.9% 내린 데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9백여 병원의 모임인 병원협회 내부에서는 외래환자 진료를 하루 정도 중단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주로 동네의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사협회 역시 철야농성을 벌인데 이어 정부와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건강보험 관련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반발 이유=의사들은 "정부 정책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장관이 바뀔 때마다 건보 수가 정책이 요동쳤다.

최선정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0년 9월 수가를 인상하면서 원가의 85%선에 맞췄다고 했다. 지난해 1월에는 90%에 맞춰 수가를 올렸다. 연세대의 원가보고서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김원길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취임 일성으로 "수가 인하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말에는 "내년(2002년) 수가는 동결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취임한 이태복 장관은 최근 의료계와의 조찬 모임에서 "재정이 어려우니 고통을 분담해 달라"고 요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재정 상황이 안좋고 의료계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수가 인하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수가 인하의 필요성=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의약분업 이후 동네의원의 외래환자 총진료비가 두배 가량 증가했고 상장 제약사는 54%, 외국계 제약사는 23% 가량 각각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보사연 관계자는 "지난해 말 서울대 보고서에 따르면 동네의원 수가가 원가보다 18% 높은 것으로 나왔고 국민들도 분업의 수혜자가 동네의원과 대형 제약사라고 보기 때문에 수가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의약분업 전후 의사들이 집단 폐업하며 반발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단시간 내 너무 많이 수가를 올린 측면이 없지 않다"며 "지금 그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일관성 없는 보건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전망=병원협회가 특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 보고서에서도 중소병원과 대학병원의 수가는 원가보다 낮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병협 관계자는 "일부에서 진료를 거부하자는 주장이 있다"며 "하지만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든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의협의 반발도 계속될 듯하다.의협은 수가인하 고시 가처분 신청과 무효소송 등 합법 투쟁에 치중하고 있다.

재작년과 같은 휴·폐업 주장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수가인하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보다는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정서를 등에 업고 의약분업 철폐에 무게중심을 둔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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