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럽'청사진 마련 1년 대장정 통합헌법 기초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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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하나의 유럽'의 청사진을 그려낼 '유럽연합(EU) 미래회의'가 28일 브뤼셀에서 개막돼 1년 여정의 대장정에 오른다.

지난해 말 벨기에 라켄에서 열린 EU 15개 회원국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출범하는 미래회의는 EU의 새로운 틀을 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의 기구와 제도로는 이르면 2004년 동구·지중해권 국가들을 받아들여 25개 회원국으로 몸집이 불어날 EU가 제대로 운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EU는 집행위원회와 각료회의·유럽의회 등 3대 기구의 체제와 운용 방법 등을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이를 위해 EU 역사상 처음으로 각 회원국 정부와 의회 대표·유럽의회 대표·가입후보국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여 유럽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이다.'유럽헌법'을 기초하는 제헌회의인 셈이다.

EU는 유럽 통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미래회의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시민들의 토론 참여를 적극 유도할 예정이다.

미래회의에서 논의할 의제는 정치통합, 공동안보, 경제·사회 정책 등 50여개 항목에 달한다. 라켄 회담을 주재했던 기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총리는 "금기(禁忌)가 일절 없는 토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만큼 난항도 예상된다. 각 회원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EU 3강인 영국·독일·프랑스의 미래 설계도는 말그대로 삼인삼색(三人三色)이다. 유럽 통합과 유럽헌법·공동안보·사회정책 등에서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는 ▶절대과반수 표결의 확대▶집행위원장의 직접선거▶유럽헌법 제정 등 세가지다. 그중에서도 각료이사회의 절대과반수 표결 확대는 EU의 회원국 확대를 전제할 때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다.

현재 만장일치를 요구하고 있는 75개 사안의 경우 회원국이 늘어나면 의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마비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EU 개혁이 지나치게 강대국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소국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것도 미래회의의 숙제다. 핀란드의 파보 리포넨 총리는 영국과 독일 정상이 각료이사회의 권한 강화를 주장하는 공동서한을 제출한 직후인 지난 25일 "개혁 논의가 시작부터 공개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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