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했던 경제 이젠 머리에 쏙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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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대선 주자로 나선 한 정치인은 얼마 전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 안에 종합주가지수를 3,000선까지 올려놓겠다"고 장담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어요. 서울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가 800이 조금 못 되니까 지금의 네 배 가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이야기였지요. 물론 주가 오르는 걸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동안 틴틴 경제를 꼼꼼히 읽은 사람이라면 주가라는 게 누구 마음대로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는 것 쯤은 알 겁니다.

◇틴틴 애독자는 경제공약 감시자=날로 경제문제가 중요해지는 데다 선거철까지 맞아 이런저런 경제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정치인들은 표밭을 의식해 지나치게 희망적인 말들을 많이 합니다. 학생·주부처럼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감 정도는 잡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점에서 틴틴경제 같은 시리즈 기사가 설 땅이 좁지 않은 것 같아요.

틴틴 경제는 경제활동을 잘 할 수 있는 기초 상식을 제공하는 역할도 했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경제원리는 경제학원론 같은 교과서를 들여다보며 찬찬히 익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나 학습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 많지요. 또 경제학 교과서라고 해서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생생하게 가르쳐 줄 수는 없어요.

◇경제기사는 산 교과서=그래서 '신문을 봐라''경제기사를 읽어라'하는 말들을 자주 하는 거예요. 경제는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도외시하다가는 손해 보기 십상인 시대가 됐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 중간만 하겠다'는 소극적 자세는 더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물가나 주가·유가·집값 정도만 알아도 별 불편이 없었지만 요즘은 따져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가령 요즘 주부는 주식투자 하나 하더라도 환율·금리에다 심지어 반도체값, 선진국 경기, 정부 정책방향까지 신경을 쓸 정도예요.

이러한 시대 변화에 부응해 신문들은 딱딱하기 쉬운 경제기사를 되도록 평이하게 쓰고 생활 밀착 정보를 발굴해 전하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중앙일보만 해도 경제섹션이라는 지면을 별도로 인쇄하고 있어요. 전날의 따끈따끈한 경제뉴스를 전하는 데만 평일 기준으로 매일 7~8개면(경제종합·국제경제·부동산·증권·금융 등)을 할애하고 있지요.

그 밖에 특수한 관심을 충족시키려고 1주일에 한번씩 정보기술(IT), 과학, 마트, 중소·벤처기업, 취업·창업, 외국기업, 자동차 등 실로 다양한 고정면을 운영하고 있어요.

여기에 나오는 경제기사들을 중학생 같은 아마추어 독자라도 쉽사리 이해할 수 있게 노하우·키워드를 제공하자는 게 바로 틴틴 경제의 취지였어요.

◇교수까지 교육 자료로 활용=그래서 그런지 틴틴 경제 연재가 끝난다니까 아쉬움을 표하는 독자가 많았어요.

중앙일보 신문기사를 교재로 활용해 청소년층을 가르치는 NIE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어요. 여기서 교육자료를 개발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는 박미영(43)교사는 "어린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색감·디자인의 그래픽 편집에다 쉽게 풀어 쓴 내용, 다정다감한 문체 등이 어우러져 초등학생까지 경제에 관한 흥미를 갖게 했다"면서 아쉬워했어요.

그뿐인가요.교수·박사님들 중에서도 틴틴경제를 흥미있게 읽고 활용한 분들이 많아요. 한국외국어대의 한경동 교수는 "딱딱한 경제이론을 학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고 해요. 수능시험의 한 출제위원은 출제 구상을 하기 전에 틴틴 경제를 정독하기도 했다는군요.

홍승일·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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