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봄 바다 아득한 하늘에

검은 점 서넛

날아가고 있었다.

날아가는 서넛의 검은 점이

날아갈수록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다가

하나가 되어

내 가슴으로 돌아와 박혔다.

사랑의 피묻은 화살로.

-김여정(1933~ ) '아득한 하늘-해연사 하나

가령, 긴 겨울을 말끔히 닦아 드넓게 펼친 봄 바다와 봄 하늘을 우리의 삶이라 한다면 그런 배경을 가르며 뭔가 휙휙 날리고 싶겠지. 부푼 꿈이라든가 동경이라든가 자유라든가. 그리하여 문득 한 마리 또 한 마리 높이 솟는 바다제비가 되겠지. 그 제비들 나이처럼 불어나 이루지 못한 꿈들의 상처가 되어 부메랑처럼 가슴에 와서 박힌다 할지라도.

김화영<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