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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청사’ 비난했던 후보들, 당선 후 행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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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당선자가 9일 "손가락질을 받는 성남시 호화 청사를 민간에 팔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호화 논란을 빚었던 성남시 신청사. [연합뉴스]

신축 청사의 저주인가. 민선 4기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청사를 신축했거나 추진한 기초자치단체장들 중 35%만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자리를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이 청사 신축을 추진한 20곳을 조사한 결과다. ‘예산 써 남 좋은 일 시킨 셈’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돌고 있을 정도다. 시민들은 일부 청사가 ‘호화판’으로 입방아에 올랐던 일을 떠올리며 “불합리한 예산 사용에 대한 준엄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선된 새 기초단체장들도 “호화 청사를 매각하겠다”거나 “시민에 더 많은 개방을 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고 나섰다.

◇단체장 얼마나 바뀌었나=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선 4기(2006년) 이후 청사 신축에 나선 지자체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총 20곳이다. 감사원은 현재 이들 지자체 ‘특별감사’로 지정해 감사중이다. 6.2 지방선거에서 35%인 7명만이 기초단체장 자리를 유지했다. 단독 후보를 낸 부산 남구와 경기 이천시, 경기광주시, 광주 서구, 경북 포항시, 전북 완주군 부안군, 전남 신안구 등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재선ㆍ3선 성공 비율이 45.6%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치다. 나머지 65%인 13곳의 기초단체장은 바뀌었다. 서울 관악ㆍ금천ㆍ마포ㆍ성북ㆍ용산구와 경기 성남ㆍ안양시, 부산 동구, 대전 동구, 강원 원주시, 경남 사천시, 충남 당진군, 전북 임실군 등이다. 이중 현역 단체장 6명은 선거에 출마했지만 떨어졌다. 나머지 7명은 구속돼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불출마한 경우다.

‘아방궁 시장실’ ‘한국판 베르사유궁전’ ‘교실 4개 크기의 시장실’ 등의 비아냥을 들었던 성남시의 경우, 현 이대엽 시장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했으나 3위로 낙선했다. 100층짜리 복합청사를 짓겠다던 이필운 안양시장도 ‘청사 징크스’를 피하지 못하고 민주당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현 단체장의 재선 실패 이유가 청사 때문만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청사 지을 돈으로 복지 예산이나 늘리라”며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지역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당선자 행보는= 당선자들에게도 호화 청사 시비는 큰 부담이다. “청사를 매각하겠다”거나 “청사 관리 전담팀을 당장 만들겠다” “시민에게 환원하겠다”는 약속이 잇달아 나오는 이유다. “청사를 매각해 복지예산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약했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당선자는 9일 “청사 매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사를 업무ㆍ상업시설로 용도 변경해 매각할 계획”이라며 “매각 전에는 탁아ㆍ교육ㆍ문화 공간으로 환원하겠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청사 중 두번째로 규모가 큰 용산구 성장현 당선자도 취임 직후 청사 활용 전담팀을 꾸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청사는 이미 지어졌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매각한다’ ‘환원한다’고 말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팀을 꾸려 주민과 의논해 활용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양시 최대호 당선자는 100층짜리 청사 신축 계획을 백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100층 청사는 이전부터 반대해왔다. 그대로 실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 임기 동안은 청사 신축은 물론 리모델링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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