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亞太재단 비리 특검수사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일인 25일 그의 아들 3형제에 대한 비리연루 의혹을 강력히 주장하며 "대통령이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DJ 아들 3형제를 '홍(弘)트리오'로 지칭했다. 이강두(李康斗)정책위의장은 "장남 홍일(洪一)씨의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의혹, 차남 홍업(弘業)씨의 아태재단을 통한 인사비리 개입의혹, 미국 체류 중인 3남 홍걸(弘傑)씨의 생활비 출처 의혹에 대해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李정책위의장은 이어 "홍걸씨가 국내 이권에 개입하는 등의 원격조정비리를 저질렀는지 밝히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권력핵심에 대한 3~4건의 제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으름장을 놨다. 당직자들은 각종 회의에서 아태재단을 비리의 축으로 몰아붙이며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재오(李在五)총무는 "弘트리오를 비롯해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는 12인방에 대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며 "우선 이용호 특검에 대한 기간연장과 수사범위 확대라도 이번 회기 중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아태재단 이수동 전 이사를 만나려면 10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며 "이수동씨 역할로 볼때 아태재단은 DJ일가의 자금조달 창구란 의혹이 짙다"고 가세했다.

반면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근거없는 의혹 부풀리기식 주장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주장을 펴다 사실이 아닌 게 밝혀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총무단과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야당이 더욱 노력해 달라는 강한 주문을 받고 있다"며 공세를 계속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준표(洪準杓)의원 등은 "국회 대정부 질문이 속개되면 정치분야 보충질의를 통해 홍걸씨의 미국은행 계좌문제를 추궁할 것"이라며 "의원들의 추가폭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짜증스럽다는 표정이다. "야당이 근거없는 주장을 재탕·삼탕하고 있다"고 흥분했다.야당 내의 강온기류에 대해서도 "앞과 뒤가 다른 뒤통수치기"라고 비난했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