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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내세운 매터도 심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혼성 댄스그룹 A의 보컬 B군이 뉴질랜드 유학 중 호주 출신의 세계적 배우인 C와 뜨거운 사이임을 밝히고 커밍 아웃함으로써 연예계가 시끄럽다. 이 충격으로 A군의 약혼녀인 N세대 스타 D양은 은퇴를 선언했다."

위의 글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선정적인 이니셜 사용의 한 극단적인 '가상 기사'다. 그러나 요즘 일부 신문·방송 연예 관련 보도를 보면 이런 가상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기인들과 관련된 확인 안된 풍문이 '이니셜'이란 가면을 쓰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담보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대중들의 호기심을 끌려고 하는 선정적 매터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를 꿈꾸는 박경림은 지난 일주일 남짓 동안 무려 세가지 풍문에 관련됐다. 그 중 두가지는 이니셜과 관계된 것인데, 직접 그 풍문 속으로 들어가 사실관계를 추적했다.

#1 최근 홍진경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여자 연예인 품평'이 방송가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녀의 일기 중 일부인 '내가 아는 멋진 그녀'란 글에서 그녀는 동료 여자 연예인들을 '관심 없는 여자 K, 꼴 보기 싫은 여자 L, 존경하는 여자 P,멋진 여자 H'로 분류했다.

알아보니 이 글은 홍진경이 모 방송사 설날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하리수에게 심하게 짜증을 낸 것에 대한 해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니셜'이었는데, 입방아 속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여기서 박경림은 '자랑스럽지 못한 외모로 자수성가해 7년 동안 부모님 빚을 갚은' P로 지목됐다. 정말 그녀인지,본명이 박현주로 1995년 그룹 '룰라'에 발탁되면서 연예활동을 시작한 채리나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지만….

#2 진행자이며 개그우먼인 A양이 시트콤 촬영장에서 바쁜 스케줄을 이유로 먼저 가려 하자 이에 선배 개그우먼 B가 심하게 혼을 내 울고 말았다는데, 그 A양이 박경림이고 B는 김효진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 시트콤은 '뉴 논스톱'(박경림이 나오는)이 아니고 '연인들'이었다.

#3 평소 스캔들 한번 나는 것이 소원이라던 박경림이 드디어 세살 연하의 조인성과 사귄다고 한다. 확인전화를 해보니 유쾌한 투로 부인한다. 극 중 언밸런스 커플이지만 주변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며 은근히 소문이 진실임을 바란다. 'A nine days wonder'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아무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도 9일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진다는 말이다. 세상사 그렇게 잊혀지게 마련인데 우리는 가끔씩 호기심으로 너무 호들갑스럽지 않은가. 이제 '가십'도 '실명제'가 필요한 때다.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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