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이인제 대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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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천정배(千正培)·신기남(辛基南)의원 등은 당 대선후보 등록 하루 전날인 지난 21일 개혁성향 의원 모임을 비밀리에 추진했다. 이인제(李仁濟)고문의 '대세론'을 저지하고 노무현(盧武鉉)·김근태·정동영(鄭東泳)·한화갑(韓和甲)고문이 '반 이인제 후보 단일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회동은 불발했다.

千의원 등과 사전에 만났던 '새벽21' 소속 젊은 의원들이 "李고문이 후보가 되면 뭐가 문제냐" "특정인을 반대하는 연대는 안된다"며 반발했다고 한다. '이인제 대세론'이 갖는 위력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노무현 고문측은 최근 당원·대의원 3만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중 8천3백여명이 응답했고, 李고문이 39.8%의 지지로 압도적 1위였다. 盧고문은 22.1%의 지지로 2위였고 나머지는 한화갑(10.7%)·김중권(10.5%)·정동영(9.6%)·김근태(4.8%)고문과 유종근(柳鍾根)지사(2.6%)의 순이었다고 한다.

김근태 고문측 관계자도 "각 지역에서 '시간이 갈수록 이인제 대세론이 힘을 받는다'는 보고가 많이 올라오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엇이 대세론을 만들었을까.

민주당 조직관계자는 "무엇보다 다른 후보들의 돌풍 또는 약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李고문측 관계자는 '李고문의 다양한 지역적 연고'를 강조했다.

李고문은 경기도에서는 국회의원과 초대 민선지사를 지내 상대적으로 지지가 높고, 충청도는 고향이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지난 대선 때 '차용'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호남의 경우 "지난 대선 때 이인제가 출마해 DJ(김대중 대통령)를 당선시켰으니 은혜를 갚자"는 보은론(報恩論)까지 퍼져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당내 주류인 동교동계 구파와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 꾸준히 지원해준 것도 대세론이 정착하게 된 배경인 게 분명하다.

민주당 김기재(金杞載)고문은 "이번에는 젊은 대통령을 뽑고 싶다는 시대적 흐름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李고문이 타고난 체력과 젊음, 순발력과 집념으로 대세론을 정착시키고 경선에서 압승하면 본선에서도 큰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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