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첫 정기국회] 정족수 못 채우고 허무한 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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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의원과 당 관계자(사진 위쪽)들이 9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법사위 회의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시도는 한나라당 측의 저지로 무산됐다. 김형수 기자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이 충분히 처리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원이 불참해 처리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17대 첫 정기국회가 한나라당 의원들과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한 채 허무하게 산회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이같이 인사말을 하고 산회를 선포했다. 자정이 다 돼 끝난 본회의장의 의석 절반이상은 텅 비어 있었다. 한나라당은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안건으로 전원위원회를 열기 위해 잠시 정회를 한 오후 9시쯤 의원총회를 소집해 본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조차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파병동의안 처리에 들러리 설 필요가 없다는 내부판단 때문이다. 11시20분쯤 한나라당 의원들은 법사위 농성조를 제외하곤 뿔뿔이 흩어졌고, 열린우리당 측은 허탈해 했다.

◆ 법사위에서도 극한 대치=열린우리당은 이틀째 법사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보안법 폐지안을 상정하려 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저지로 성공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아예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가졌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법사위 진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의총 후 50여명의 의원이 위원장석 주변에 배치되고 당 사무처 직원과 의원 보좌진 등 100여명도 회의장 내에 자리를 잡았다. 한나라당은 회의장으로 통하는 출입문 3개에 탁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오전 10시40분쯤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굳게 닫힌 의원 출입문을 두드렸다. 최 의원은 "회의 좀 들어가게 해 달라. 법사위원이 아닌 한나라당 의원들은 나가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참가했던 열린우리당 관계자 수십명이 아직 바리케이드가 쳐지지 않은 회의장 뒷문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와'하는 함성과 함께 출입문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은 출입문에 끼는 봉변을 당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밤도 법사위 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이며 여당 의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 이상락 의원 사퇴안 처리 불발=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열린우리당 이상락 의원의 사퇴안도 처리되지 않았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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