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사용 TV 드라마 논란 '프렌즈'놓고 지명관 위원장 사퇴·철회 파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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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한·일 공동 제작 드라마인 '프렌즈(사진)'(15~16일 방송)에서 일본어가 여과없이 방송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일본어 방송은 시기상조다"라고 주장한 반면 방송위원회와 제작사인 MBC 측은 "불가피할 땐 사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

◇일본어 사용 어디까지=문화관광부는 지난 2000년 6월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을 통해 방송에서는 스포츠·다큐멘터리·보도 부문만 한정적으로 문을 열고 드라마나 가요는 제외했다. 그러나 '프렌즈'의 경우 한·일 공동 제작을 명분으로 예외로 인정을 받았다.

문제는 일본어 대사 처리를 더빙으로 하느냐, 자막으로 하느냐를 놓고 발생했다. 문화부 산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자문기구인 한일문화교류자문위원회 지명관 위원장은 "방송에 일본어를 내보낼 수 없다는 3차 개방의 원칙을 깨버렸다"며 "원칙없이 개방하면 마구잡이로 일본어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 관계자는 "국제 관례상 공동 제작 프로그램인 경우 국내 제작 프로로 간주한다"며 "'프렌즈'는 스토리 전개시 일본어 사용이 자연스러웠고 내용 또한 자극적인 게 없었다"고 해명했다. MBC가 35% 정도 일본어로 된 드라마를 더빙 대신 자막 처리해 방영한 것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명관 위원장은 17일 정부의 안이한 대응 등에 항의,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가 당일 문화부의 설득을 받아들여 이를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범위를 놓고 해석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으로 후유증은 아직 남아있다.

◇한·일 합작품 속속 선봬=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여러 분야에서 한·일 공동작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2월부터 7월말까지는 월드컵과 관련된 일본어 노래가 그대로 전파를 탄다.

또 다음달말에는 월드컵 공동개최를 기원한 한국(t·CB매스 등 참여)과 일본(DJ 하세베·더블 등 참여)의 가수들이 함께 제작한 힙합 앨범이 국내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MBC는 추가로 2개 작품 공동 제작을 협의 중이다.

TV 시청자의 입장은 대체로 유연하다. 인터넷에는 "더빙하면 오히려 드라마가 이상해졌을 것"(soloesc), "언젠가 개방할 것이라면 지금부터 조금씩 도입해야 한다"(rlacldb) 등 긍정적 견해가 주로 올라 있다.

변수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야기된 껄끄러운 한·일 관계다. 전문가들은 일본어 사용에 대한 적절하고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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