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지식인 공동성명이 진실이라고 확신합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86·사진) 전 일본 총리는 ‘역사의 진실’을 강조했다. 지난 5월 10일 한국-일본 지식인 200여 명이 ‘한·일 병합의 원천무효’를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역사의 진실이 담겼다고 말했다. 일본 메이지(明治)대 한국동창회(회장 박원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5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 역시 메이지대 동창으로, 1946년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를 만난 날, 일본 총리 교체가 주요 국제 뉴스였다. 새로 선출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에 대해 그는 상당한 기대를 거는 듯했다. 그는 “아주 잘 된 일”이라며 “간 나오토 체제는 비교적 오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당 출신이면서 일본-미국 관계를 중시하는 뜻을 거듭 밝힌 점은 주목할만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간 나오토 총리 체제를 어떻게 보나.
“하토야마-오자와 체제에서 간 나오토 체제로 바뀐 것은 아주 잘 된 일이다.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다. 민의를 중요시하는 흐름이 강화되는 가운데 선출된 총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하다. 민의에 기반해 진실을 확보하는 노력을 새 총리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총리 교체가 잦은 듯한데….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다 보니 그런 것일 뿐 특별한 원인이 따로 있지는 않다. 간 나오토 총리 체제는 아마 오래갈 것이다.”
-한·일 지식인들이 100년 전 한·일 병합의 원천무효를 선언한 일을 알고 있나.
“물론이다. 양국 지식인 200여 명이 역사의 진실에 서명한 것이다. 지식인 공동성명이 진실이라고 확신한다.”
-무라야마 담화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무라야마 담화는 다소 추상적이었다. 지식인 공동성명이 더 구체적이다. 바탕이 되는 정신은 같다고 본다. 앞으로 대다수 국민으로 이해의 범위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한·일 병합 100주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양국 정부가 공동성명의 정신을 확대시킬 방법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공동성명 관련 일본 의회의 의결도 가능할까.
“정부가 어떤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정부 관련자들이 의사를 결정하면 된다. 무라야마 담화도 그랬다. 이와 달리 국회 결의는 어렵다. 각 지역의 여러 사람이 관련되어 있어 의견 일치를 보기 힘들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사퇴 원인으로 후텐마(普天間) 주일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거론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후텐마 문제를 5월까지 해결한다고 공약했다가 못했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을 책임지고 사퇴했다. 사퇴 원인이 그것뿐만은 아니다. 정치자금 문제로 민주당 내에 사퇴 압력이 있었다.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고려했을 것이다.”
-후텐마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새 총리가 들어섰다고 해서 달라지긴 힘들 것이다. 오키나와 주민의 민원도 해결해야 하겠지만 일본-미국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일-미 관계가 중시되면 일-동아시아의 관계는 후퇴할까.
“아시아에서 일본의 입장, 일본-미국 관계에서 일본의 입장은 둘 다 중요하다. 아시아를 소홀히 하거나, 일·미 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하는 식으로 문제를 갈라 보는 것은 잘못이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글·사진=배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