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 또 무시… 전학 가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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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게 어떻게 근거리 배정입니까? 장거리 배정이지…."

고교 재배정 결과가 발표된 16일 수원·안양·성남·고양 등 수도권 평준화 4개 지역은 홍역을 앓았다.

당초보다 선순위 고교에 재배정된 일부 학생은 만족감을 표시했으나 상당수는 "2차 배정에서는 가까운 학교에 배정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했다"는 반응이었다. 후순위 또는 먼거리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이들은 배정통지서에 동봉된 교육감의 사과문을 찢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는 "근거리 배정 원칙이 또 무시됐다"며 "아이를 전학시키거나 등록을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철야농성·항의시위=학부모 2백여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경기도교육청 강당에서 교육감 사퇴와 재배정 백지화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였다.

이에 앞서 학부모 5백여명은 도교육청에 몰려가 승용차로 철제 정문을 들이받는가 하면 일부는 정문을 넘어가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재배정 취소를 요구하는 연대서명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수원·안양지역 학부모들이 경찰과 대치한 데 이어 오후 5시쯤에는 전세버스편으로 도착한 성남과 고양지역 학부모까지 가세해 시위 규모가 커졌다. 이에 앞서 성남지역의 학부모 70여명은 배정통지서 일괄 반납과 등록거부,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했다.

◇명암=오전 10시 재배정 통지서가 배포되자 중3 교실은 희비가 엇갈렸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중 유모(16)군은 "1차 때 1지망 학교에 배정됐는데 이번에는 지망순위도 기억나지 않는 특수지 학교에 배정됐다"며 난감해했다.

수원 영일중 박모(17)양은 수원여고에서 변두리 신설고교로 재배정되자 울먹였다. 반면 같은 반 주모(17)양은 집에서 가까운 태장고교로 바뀌자 환하게 웃었다. 담임인 박미순(朴美順·38)교사는 두 학생을 축하하고 위로하느라 갈피를 잡지 못했다.

◇눈물의 졸업식=성남시 분당구 수내중학교, 고양시 덕양구 화정중학교 등 졸업식과 재배정 발표가 겹치는 중학교가 적지 않았다. 고양시 신일중학교는 아예 졸업식을 오전 10시30분에서 한시간 앞당겼다. 재배정을 발표하면 정상적으로 졸업식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수내중은 졸업식이 끝난 오전 11시 재배정 통지서를 돌렸으나 곳곳에서 학생들과 학부모가 눈물을 보였다. 이모(15)양은 13지망이던 학교에 다시 배정받자 축하 꽃다발을 떨어뜨리며 교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양의 아버지(49)는 "비평준화였으면 실력대로 진학했을텐데 평준화가 두번씩이나 딸에게 상처를 준다"며 "빨리 서울 강남으로 전학시키겠다"고 말했다.

딸이 고양시 대화중을 졸업한 권미이(權美梨·44)씨는 "1차 배정 때 차를 타고 가야 하는 학교에 배정돼 속이 상했는데 이번에는 버스-전철-버스로 세차례나 갈아타야 하는 덕양구에 있는 고교를 배정받아 말문이 막힌다"며 "같은 처지의 학부모들과 힘을 모아 집단소송을 내거나 등교 거부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재헌·정찬민·전익진·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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