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사랑에 눈물 왈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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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작가가 당연히 여자인줄 알았습니다만, 작가파일을 검색해 보니 놀랍게도 남자분이셨습니다. 어떻게 이런 이쁜 글을 쓸 수 있는지…."(인터넷 서점 예스24 독자서평 'kimki57') "책 앞장에 작가 홈페이지(www.freechal.com/sadkorea)주소가 있길래 들어와 봤어요. 책을 보며 오랜만에 실컷 울어본 듯 합니다."(독자 'moonset84' 메일)

연애 멜로소설 『슬픔은 비로 내리고』는 시대착오적이다. 요즘 세상에 "사랑이야말로 여전히 목숨을 걸고 이뤄야 할 가치"로 설정한 게 그렇고, 서정적 문체의 구사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 소설에는 성애 장면 묘사는 물론 키스 신이 단 한번도 등장치 않는다. 그만큼 담백하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이 책을 반긴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대가 서정에 목말라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출간 소식과 함께 도매상과 대형서점에 선주문이 2만부 가까이 들어왔다는 점도 이례적이다.『슬픔은 비로 내리고』가 지난해 현대사를 바탕에 깐 추리 스릴러 『4월』의 작가가 쓴 새 작품이라는 것을 보고 오는 반응들이다.

이 점은 작가 이진영 수요층이 생기는 조짐이기도 하고,『가시고기』(밝은세상)나, 대만에 수출까지 했던 『국화꽃 향기』(생각의 나무)같은 대중소설들은 그만큼 저변이 넓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어쨌거나 『슬픔은 비로 내리고』는 일차적으로 시장 수요를 염두에 둔 '기획 상품'으로 만들어졌다. 문학 장르에 대한 대중의 외면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 속에서 문단 밖의 사람이 자원봉사역을 자청한 셈이다.

『패자부활전』을 연출했던 영화감독 출신이 "영화계에도 이야기꾼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착수한 첫 작품에서 보인 역량도 만만치않은데, 이번에는 멜로로 방향전환을 하는 신축성도 보였다.

스토리는 이렇다.'민규'는 음악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젊은이. 우연치않게 그가 사별한 남편과의 옛 기억만을 안고 사는 '연수'와 만난다.

우체국에 근무하는 연수에게 민규는 "과거라는 이름의 '옹이'에 얽혀 살아서는 안된다"며 새로운 삶을 권유한다. 알고 보면 민규 역시 대학 친구와의 우정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 했던 아픔을 갖고 있다. 민규 친구의 죽음, 뒤이은 연수의 딸의 어이없는 사고와 함께 두 주인공은 또 하나의 '옹이'를 공유하게 된다. 이때 절제된 묘사 속의 모성애 대목에서 독자들은 눈물을 쏟을 법하지만, 결국 둘 사이의 결합이라는 해피앤딩으로 이어진다.

대중소설의 아킬레스 건인 심리묘사의 부족, 다층적 구성의 부재 때문에 "다소 싱겁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보기 드물게 깨끗한 서술과 건강함은 분명 매력이고 '건강한 대중소설'의 등장을 알린다.

조우석 기자

Note

『슬픔은 비로 내리고』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은 영화적 이미지라는 장치다. 주인공들의 빼어난 외모와 능력, 상투적인 얼개 속의 전개라는 방식 대신 이 작품은 시각적 이미지로 승부한다. 덕분에 지루하지않게 읽히는 것도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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