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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차별' 전라도→충청도', 영·호남 '지역감정'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은 충청도 사람들이 과거 전라도 사람들이 겪은 정도의 심각한 지역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도 사람들도 출신지 때문에 모욕을 당하거나, 금전 손해를 본 경우가 15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끼리 싫어하는 감정은 갈수록 줄어 영ㆍ호남 지역감정은 서서히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선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1988년과 2003년의 지역감정과 지역차별경험 변화를 분석한 논문 '지역감정과 지역갈등인식의 변화:1988년과 2002년 비교'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9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이 논문은 한국사회학회의 1988년 10월 설문조사(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2,020명 표본)와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의 2003년 2월 조사(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833명 표본)를 비교한 것으로 10일 중앙대에서 열리는 한국사회학회 후기사회학대회에서 발표된다.

논문에 따르면 출신지역 때문에 인간적인 모욕을 당하거나 금전 손해를 본 사람의 비율이 중복 응답을 포함해 88년에는 전남(38.9%) 전북(36.1%) 제주(35.6%) 순이었던 것이 2003년에는 충남(37.0%) 전남(35.7%) 제주(31.3%) 순으로 바뀌었다. 9.5%에 불과하던 충남 사람들의 지역차별 경험은 15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88년 10% 안팎에 불과했던 경남ㆍ북 사람은 2003년 20% 안팎으로 2배나 늘었고, 서울ㆍ경기지역도 차별 경험이 10% 중반대로 꽤 높아졌다. 이에 반해 88년 30%에 이르던 강원 사람들의 지역차별 경험은 2003년 7%대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끼리의 호감도에 있어서는 전남 사람들의 경우 88년 경남ㆍ북 사람들에 대한 호오도(매우 좋아한다 1점, 매우 싫어한다 5점)가 각각 3.15, 3.16으로 '싫다'는 감정이 두드러졌는데 반해, 2003년에는 2.87, 2.97로 '좋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전북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을 싫어하는 감정도 상당히 줄었다. 여전히 '싫다' 쪽이긴 하지만, 경상도 사람들의 전라도 사람에 대한 나쁜 감정도 다소 감소했다.

88년에는 경남 사람들이 전라도 사람을 가장 싫어했지만, 2003년에는 경북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라도 사람들의 경우 과거에는 지역갈등의 원인을 정부의 경제정책 같은 구조적인 데서 찾았지만, 지금은 주민의식 등 개인적인 요인에서 찾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88년이나 2003년 모든 지역민들이 내부집단을 편애한다거나, 외부집단 평가에서 호감도가 충청도 사람이 가장 높고 전라도 사람이 가장 낮다는 점, 호남에 대한 비호남의 배타성 그리고 영ㆍ호남 사람간의 배타성 등의 큰 구도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원은 "한 권역으로 묶어도 지역관련 태도에서 큰 차이가 없던 전남과 전북이 2003년 조사에서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지역갈등이 이제는 호남 대 비호남 혹은 영남 대 호남간의 문제보다 훨씬 더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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