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팔로 건져 올린 '입영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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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박세호(34·부산시 해운대구 반송2동)씨가 병영체험 차원에서 입영하게 됐다. 국방부는 13일 한쪽 팔만 쓸 수 있는 朴씨의 형편을 감안해 1박2일 정도 전방부대에 입영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朴씨의 입영이 이뤄지게 된 것은 朴씨가 지난 8일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www.mnd.go.kr)를 통해 '입영 희망' 민원을 제출했기 때문. 朴씨는 "하루라도 좋으니 군번을 목에 걸고 비무장지대(DMZ)에서 철책근무 경험을 하고 싶다"고 탄원한 것이다.
朴씨는 "가수 유승준 사건을 보고 슬픈 분노를 느꼈습니다. 비록 장애인이지만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펜을 들었습니다"라고 민원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 투포환 종목에서 우승하는 등 장애인 체육계의 스타로, 부인 이상미(38)씨와 성민(9)군을 둔 가장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朴씨는 지난해 『한 팔로 건져 올린 세상』이란 자서전을 펴내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삶의 의지와 희망을 비춰준 바 있다.
朴씨는 "휠체어를 타고 DMZ 근무를 서는 나를 보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내 모습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국방의무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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