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우리말 바루기 111. 선택사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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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새로 나온 차는 기존 선택사양이었던 것을 기본사양으로 전환했다" "견본 주택에 전시된 가전제품은 대부분 선택사양이다" "여행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선택사양을 강매하고 있다" "보험을 들 때 자신에게 맞게 선택사양을 잘 골라야 한다" 등에서처럼 '선택사양'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러나 '선택사양'에서 쓰이는 '사양'은 원래 우리말에 없는 단어다. '사양'은 일본어 '시요(しよう.仕樣)'의 한자를 우리식 발음대로 읽은 것으로 어떤 일을 하는 방법, 하는 수, 도리 등을 뜻한다.

'사양'이 들어간 일본 단어로 '사양서(仕樣書)'가 있는데 우리말로는 '설명서' 또는 제품.공사에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와 품질 등을 뜻하는 '시방서(示方書)'에 해당한다.

이 '사양'은 일본식 한자어일 뿐 아니라 무슨 말인지 의미가 잘 와 닿지 않는다. 우리말 '사양'에는 겸손하게 거절하거나(辭讓) 기르는 것(飼養), 또는 저녁때의 저무는 해(斜陽)를 뜻하는 단어가 있어 헷갈리기도 한다.

'선택사양'은 '선택품목' '선택사항' 등 상황에 따라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면 된다. 자동차.아파트 등에서는 '선택품목', 여행상품.보험 등에서는 '선택사항'이 적당한 말이다. '제품사양'은 '제품내용'이나 '제품설명서'라고 하면 된다.

'사양서'도 '설명서' 또는 '시방서'로 바꿔 써야 한다. 영어 '옵션(option)' 역시 '선택품목''선택사항' 등으로 고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좋은 우리말을 두고 남의 말을 쓸 필요가 없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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