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드러난 미 북핵 입장, 이제 북이 응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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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이 방미 중인 여야 대표단에게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의 골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추호도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일정기간 내에 해결이 안 되면 유엔 안보리에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은 하지 않겠으나 북한이 핵문제를 계속 방관하면 경제제재 등 압박정책을 취할 것임을 분명히 천명한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김정일 정권의 교체가 아니고 변형"이라는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내정자의 언급이다. '교체'는 말 그대로 김정일의 실각을 포함한 본격적인 체제 전환이다. 그러나 '변형'이란 김정일 정권의 존속은 인정하되 중국식 개혁개방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 해 온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도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가장 염려해 온 '김정일 체제 유지' 여부와 관련, 지금만큼 북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적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제는 평양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선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해야 한다. 북핵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이외의 대안은 없다는 게 한.미 정상 간 합의다. 중국 등 관련국들의 입장도 확고하다. 미국과의 양자 회담에 미련을 가져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북한은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아직도 '벼랑끝 전술'의 효율성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이런 '떼쓰기'를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해 왔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 경제 사정은 더욱 악화돼 왔다. 계속 우물쭈물하다 해소할 수 없는 경제위기에 직면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체제 위기로 연결된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지는 답이 나와 있다. 북한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갖고 6자회담에 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