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資 유치·특산물 홍보 '駐서울 8道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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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무리 향토 특산물이 맛있어도 수도권, 특히 서울 사람들의 '입'을 공략하지 못하면 큰 재미를 보기 어렵다. 지역경제를 살찌우기 위해 공단이나 외자를 끌어들이려 해도 역시 서울에서 외국 손님을 맞거나 업체를 찾아다녀야 하는 게 지방자치단체들의 현실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 집결한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빌딩. 서울 도심 한지붕 아래서 자신을 파견한 지자체를 위해 피가 마르도록 경쟁하다 저녁엔 쓴 소주잔을 나누며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곳이다.
"서울 생활요, 머리털 나고 처음입니다. 어쩝니까, 속옷은 직접 빨아야지…."
다섯달째 '홀아비'생활을 하고 있다는 경상남도 서울사무소 장민철(張敏哲·45)부소장의 말이다. 이곳으로 파견나온 경남도 공무원은 모두 일곱명. 한과·둥글레차·향토주 등 특산물 홍보와 외자 유치가 요즈음 그들의 지상 과제다. "서울 사무실이 코앞에 있는 충북도와 얼마전 다국적 담배업체인 바트사의 10억달러 외자유치를 놓고 한판 겨뤘지요.우리가 따내긴 했지만 미안해서…."
경남사무소의 권영건(權寧乾·56)소장이 자랑하자 마침 이 사무실에 들렀던 충북도 송상호(宋相鎬·53)통상지원담당관이 되받아쳤다.
"그런 말씀 마소. 다음엔 우리가 경남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테니깐."제주도·전남도·부산시·광주시·울산시는 8층, 경남도·충북도·경북도는 9층에 있다. 또 2~6층엔 지방공무원들의 친목단체 법인인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7층에는 지방행정연구소, 9층에는 전국 2백32개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사무실이 있다.
전남도 직원들의 경우 요즘 '2010 여수 해양엑스포' 유치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덕수(李德秀·53)소장은 "엑스포 실사단이 다음달 26일 방문한다"며 "재외 공관장들에게 여수 홍보를 요청하는 것도 서울사무소의 몫"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대여섯명의 도청·시청 직원들이 상경해 1~2년씩 순환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정보를 나누기 위해 매주 한차례씩 '소장(서기관)모임'을 갖고 봄·가을에 단합대회도 연다. 02-3781-0831.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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