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 기업들 몰라보게 투명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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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외이사들이 회사 바깥의 법률 및 재무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으면 한결 수월하게 일할 수 있고 전문성도 높아진다.문제는 비용이다. 회사가 외부전문가 비용을 부담하면 좋겠지만 기업 입장에선 꺼릴 수밖에 없다. 1년여전 법무부가 상법을 개정해 도입하려다가 철회한 적도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이 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은행이 최근 홍콩의 금융전문월간지인 The Asset지로부터 '한국의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선정된데는 이런 면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Asset지는 최근 세계 1백25개 투자기관의 CIO(수석 투자책임자)와 펀드매니저 등 7백50명을 대상으로 한국과 중국·대만 등 아시아지역 각국의 '지배구조 모범 기업'을 선정했다. 우리나라에선 8개 기업이 선정됐고, 삼성전자가 1위로 뽑혔다.
국민은행이 2위였고, SK텔레콤과 포스코, 한미은행, 현대자동차, KT(옛 한국통신), LG화학의 순이다. 이 잡지는 "아시아 기업의 지배구조는 아직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경영투명성이 부족하고,회계기준도 불분명하며, 소액주주에 대한 배려도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잡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좋아졌고, 세계적인 톱클래스에 오른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제도적 장치 마련 때문도 있지만,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 때문이 더 컸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 감시장치 강화돼=지배구조 모범 기업들은 모두 최고경영자(CEO)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회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왔다.
1998년 3월 국내 민간기업 중 최초로 사외이사제를 도입한 SK텔레콤은 회사 업무를 감사하는 감사위원회 멤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법상으론 3분의2 이상 사외이사로 하면 된다. 포스코는 이사회 산하에 회사의 주요 경영전략과 정책을 심의하는 전문위원회를 두고, 사외이사가 중심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국민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사외이사들이 의사결정에 필요한 경영·재무정보를 완벽하게 입수할 수 있도록 '무제한적인 정보접근권'을 보장했다.
현대자동차는 사외이사 4명(사내 이사도 4명)을 '말이 많은'외국인 전문경영자들로 대부분 채웠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이 늘었다.한미은행은 "이사회를 열면 6~7시간씩 계속된다"며 "우리는 '사외이사는 거수기'라는 등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T는 지난해 이사회가 한달 평균 3.8회나 개최됐다.
최근엔 이사들이 열의를 갖고 제대로 활동하도록 감시(?)하는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추천하는 '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추천 및 평가위원회'로 변경할 예정이다.
◇회사 정보 공개에 열심=Asset지는 삼성전자를 1등으로 선정한 데 대해 "주주 등 투자자에게 회사의 재무내용 등 경영상태를 설명하는 IR(기업설명활동)가 한국 최고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정도로 삼성전자는 IR에 열심이다. IR팀 인원이 16명으로 국내 기업 중 최대다. SK텔레콤은 공시할 의무가 없는 것도 지난해 4차례 자진공시했다.
LG화학은 사이버 IR활성화를 위해 IR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CEO가 주관하는 기업설명회를 연 2회로 늘리고 분기별 연결재무제표도 작성할 계획이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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