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발굴'신안선' 27년 만에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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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975년 전남 신안 앞바다 속에서 고려청자 등 원·고려·일본 등의 유물 2만2천여점과 함께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던 14세기 초 중~일 무역선인 '신안선(新安船)'이 발굴 27년 만에 당시의 모습대로 복원을 앞두고 있다.
전남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4일 "신안선 실물 복원 작업이 현재 90% 가량 진척돼 오는 7월께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안선은 원래 길이 34m, 폭 11m, 높이 3.7m 규모의 범선(帆船)으로 추정되나 유실된 부분은 그대로 둔 채 이번에 길이 28.4m, 폭 6.6m 부분만 복원됐다. 침몰 뒤 7백년 동안 바다 속에 있으면서 우현(右舷)은 개펄에 묻힌 바람에 비교적 잘 보존됐으나 좌현(左舷)과 뱃머리쪽은 조류에 휩쓸려 3분의1 가량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안선 복원은 치밀한 기술과 함께 시간·정성을 요하는 작업.
깊이 20m 바다에서 잠수부들을 동원해 선체를 4등분으로 나눠 인양한 뱃조각은 모두 7백20개로 대기에 노출되면서 산화·수축·변형되는 걸 막기 위해 먼저 민물에서 소금기를 빼고 이물질들을 제거했다. 미리 배의 형태를 알아 보기 위해 조각 하나 하나를 실측해 5분의1 크기로 모형도 만들었다.
이어 나무 속의 수분을 빼내고 특수물질을 투입시켜 안정화와 함께 강도를 높이는 약품처리를 한 뒤 한두해씩 건조시켰다.
신안선 복원을 위해 94년 건립된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선체 파편들을 짜맞추기 시작,8년 만에 재조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시관의 이철한(哲漢)학예연구사는 "신안선 발굴·복원은 구조상 요즘의 배와 같은 옛 대형 선박을 최초로 복원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목포=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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