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재 증류시킨 한약 덜 써서 먹기 좋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한의원은 어린이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침을 맞고, 쓴 탕약을 먹는 것은 어른들도 달가워하지 않는 치료법이기 때문.
도원아이 한의원 채기원 원장은 환(丸)·산(散)·고(膏)·탕(蕩)등 기존 한방 치료수단에 '증류 한약'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선보였다.
증류 한약이란 약재를 가열해 수증기로 얻는 한약. 그는 증류 한약의 추출법을 특허출원했다.
증류 한약은 약효의 손실 최소화에 노하우가 있다. 도원아이가 운영하는 경기도 기흥의 증류한약 탕제실은 대형 양조장을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 각종 약재가 스팀으로 가열되고, 저온 감압법을 이용해 증류함으로써 약효를 보존한다는 것.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증류 한약이 일반 탕약의 약효를 보존하면서 유해 성분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한의원측은 말한다.
채 원장은 "수돗물을 세차례 필터로 걸러 사용하는 데다 세번이나 증류하기 때문에 약재에 묻어 있을 중금속이나 농약 성분이 걸러진다"고 말했다.
증류 한약은 마시기가 좋다. 특별한 맛이 없어 향료를 가미하면 아이들도 쉽게 먹는다. 기존 탕약에 비해 소화 흡수가 빠르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가 증류 한약을 생각한 것은 1997년 한의원에 임신육아클리닉을 개설하고부터. 안전하면서 먹기 좋은 한약을 찾기 위해 문헌을 뒤지다 본초강목에서 노법(法)을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문헌에 소개된 것은 약재 한가지씩만을 증류하는 미로(米露)법. 따라서 여러 약재를 섞어 재현한 결과 약효가 떨어졌다.
그는 대안을 찾던 동료 한의사 세명과 함께 특수 탕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처방을 달리한 결과 일정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그가 연구과정 4년여 동안 사용한 약재는 무려 50여t. 쏟아부은 돈만 2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증류 한약을 처방하는 질환의 종류는 30여종. 밤에 심하게 우는 야제증(夜啼症)·태열·비염·천식 등 어린이용 약이 주종을 이룬다.
도원아이는 현재 서울 압구정동·분당·송파·일산·광주·부산 등 전국 6개 한의원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공동 처방·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