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슈머 마케팅' 확산 <Producer+Consume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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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포항제철은 지난 1일 광양제철소에 '자동차강재연구센터'를 착공했다.
1백92억원을 들여 올해 말 준공 예정인 이 연구센터에는 포철 연구진이 강판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실험동 외에 고객사인 자동차 회사가 제품개발 초기단계부터 참여하는 EVI(Early Vendor Involvement)연구동이 들어선다.
EVI연구동은 현대·대우 등 자동차회사 직원이 상주하면서 자동차 강판과 가공기술을 포철 연구진과 공동개발하는 데 필요한 실험실과 사무실로 사용될 예정이다.
포철 관계자는"고객의 수요가 다양화하면서 연구센터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고객과 함께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마케팅이 정보기술(IT)·제조업체에 확산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소비자가 직접 제품의 개발을 요구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이를 수용해 신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프로슈머 마케팅을 통해 불황기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상품을 고객사와 함께 개발하는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거나 ▶제품 동호회·평가단 구성▶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프로슈머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연구개발·판매 등 내부조직도 이에 맞춰 개편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소비자의 적극적인 요구가 쉽게 생산자에게 전달돼 제품생산에 반영될 수 있게 됨에 따라 프로슈머 마케팅은 더욱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한글과컴퓨터의 '글2002'는 기능의 50% 이상이 이용자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동호회로부터 새로운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를 일주일에 5백여건씩 e-메일로 접수해 제품개발에 반영한다.
상품기획팀의 임정현 팀장은 "큰 기능은 한컴이 설계하지만 세부기능의 대부분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면서"동호회와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LGIBM은 최근 노트북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만든 커뮤니티인 '씽크패드클럽'의 의견에 따라 제품 사양을 바꾸었다.
씽크패드클럽이 이 회사가 출시한 노트북 '씽크패드R30'시리즈의 확장성을 대폭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 회사는 DVD·CD-RW 등을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다.
MS의 포털사이트인 MSN은 지난해 말 업계에서 처음으로 이모티콘(통신상에서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공모전을 열었다. 최근 네티즌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모티콘을 더욱 이용자의 입맛에 맞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이구환 이사는 "고객은 단순 소비자를 넘어서 생산·유통에 관여하는 프로슈머가 되고 있다"면서"디지털 시대에선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프로슈머형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프로슈머'란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주장한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로 소비만 하는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벗어나 소비뿐만 아니라 직접 제품의 생산·개발에도 참여하는 '생산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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