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일본경제 "가장 큰 위험요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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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암울한 일본 경제가 뉴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회의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WEF 첫날 회의에서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 아시아부문 케네스 코티스 부회장은 "올해 세계 경제에 일본이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국가부채가 내년에 국내총생산(GDP)의 1백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연구원인 스티븐 로치도 "일본의 금융부문은 희망이 없다. GDP에 비해 공공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일본이 지난 10년간 개혁을 미뤄온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개혁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정치적인 의지"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유력한 민간경제조사기구인 콘퍼런스보드의 수석연구원인 게일 포슬러는 "일본이 경제적인 파워를 영원히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의 곤노 히데히로(今野秀洋)심의관은 "일본 경제가 아직 바닥을 지나지 못했다.거시경제 지표에 연연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욕시 당국은 이번 회의의 안전을 위해 경찰병력 4천명을 동원, 행사장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주변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보호단체인 '지구의 친구들' 소속 회원들이 회의장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평화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제한된 구역 안에서의 시위는 허용하지만 마스크 착용·무단횡단 등 법규 위반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엄격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관광업계는 이번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쓰고 가는 돈이 1천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일부 참석자들은 이 포럼이 스위스 다보스를 처음으로 벗어나 뉴욕에서 열리는데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불참한 것에 대해 실망을 나타냈다. 전임자인 빌 클린턴은 재임 시 다보스회의에 참석했다.
○…뉴욕 행사에 맞서 같은 날 브라질의 항구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에서는 수만명의 참가자들이 반세계화 구호를 외치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특히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미주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미국의 언어학자이면서 사회운동가인 노엄 촘스키는 "뉴욕(WEF) 회의는 기업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데 반해 WSF는 일반 시민의 이익을 위한 진정한 세계화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서울=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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