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새회장은 철강전문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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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뉴욕=신중돈 특파원] 유상부 (사진)포항제철 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차기 포철 최고경영자(CEO)는 철강전문가가 될 것이며 철저한 경영능력 평가를 기준으로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3월 포철 회장에 취임, 민영화(2000년 10월)이후에도 회장직을 맡고 있는 회장이 차기 경영구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설명회(IR)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 논리만 배제된다면 이같은 포철의 CEO선정과정은 국내 기업의 후계자구도에 한 획을 긋는 모범답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오너(재벌 회장) 없이도 경영을 잘 할 수 있고 순조롭게 경영을 승계하는 전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회장은 또 "철강 분야는 철강 전문가가 경영을 맡고 바이오·에너지 등 신규 진출 분야에는 그 분야 최고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해 포철의 차기 최고경영자는 내부에서 발탁될 것임을 내비쳤다.
회장의 이번 발언은 포철 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는 또 "민영화 초기에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후계자를 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철은 이사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상임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이 후보를 주총에서 승인받아 전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한다.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포철 이구택 사장과 박문수 부사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회장은 외국인 주주와 투자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철강제품 국제가격은 내년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면서 "이를 감안해 올해에도 긴축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통상법 201조에 따른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등 한·미간 통상마찰 문제에 대해 그는 "4년간 4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자국 철강업계에 지원하는 방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므로 미국 정부가 신중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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