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 테러지원국'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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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것은 시기와 장소로 볼 때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시기적으로 이번 연설은 부시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이자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첫 의회연설이었다. 부시는 연설에서 미국 역사를 뒤흔든 대사건의 1단계를 정리하고, '테러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미국의 전략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날 국정연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바로 그 연설의 앞머리에서 부시는 테러지원국의 위협을 거론하면서 이란·이라크에 앞서 북한을 제일 먼저 거명한 것이다.
사실 이번 언급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9·11 이후 여러차례 북한 등 테러지원국에 대해 경고했다. 그리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고 2단계로 이들 국가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벌일 것이라는 징후는 아직 없다. 연설이 이들 국가에 대한 모종의 조치를 위한 부시의 결의를 보였지만 현실적으로 '조치'가 군사행동이 되기에는 제약이 많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연설이 부시 대통령, 나아가 공화당 정권이 북한을 비롯한 이들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본질적 시각을 다시 한번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대북 인식은 시기적으로 한국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부시는 다음달 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 정부는 부시의 방한이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부시 대통령이 방한 때 그동안의 자세보다 우호적인 대북 인식을 보여주는 방안을 미측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 장관은 30일 워싱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다음달 1일 뉴욕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임성준(任晟準) 신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30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회동한다. 한국 정부가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주미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는 "국정연설은 미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일반적 대북관이 반복된 것"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가면 북·미관계에 좀더 우호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바람대로 북·미 대화 용의를 천명한다 해도 공화당 정권의 근본적 대북관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양국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북한관련 발언>
"우리의 둘째 목표는 테러를 후원하는 국가들이 미국과 우방·동맹국을 대량살상무기로 위협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이들 국가의 본질을 압니다. 북한은 주민은 굶어도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테러를 수출하며 이라크는 끊임없이 미국에 적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중략)
이들 국가는 테러 국가들과 함께 '악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들이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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