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개각] 청와대 비서실 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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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9 개각에서는 내각의 새 진용보다 청와대 비서실의 개편이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 비서 진용을 새로 짜기 위해 개각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청와대 비서실이 수석(차관급) 이상 아홉명 중 일곱명이 교체됐고, 특보(장관급) 한명이 추가 임명되는 등 대폭 바뀌었다.

김학재(金鶴在)민정.조영달(曺永達)교육문화수석만 유임됐다. 이는 金대통령이 지난해 9월 개편한 '이상주 비서실장' 체제의 위기관리 능력에 실망했다는 것을 반영한다. 비정치적.실무형 비서실에서 국정 장악력을 강화한 비서실로 바꾼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지원 정책특보의 임명이다.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 시절엔 노재봉(盧在鳳)정치특보가,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 시절엔 박관용(朴寬用)정치특보가 있었고 지금도 임동원(林東源)외교안보통일특보가 있지만 정책특보 직책은 처음이다.

명칭은 그렇지만 朴특보가 순수한 정책 분야만 챙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전윤철 비서실장이 오랜 경제 관료 경험으로 경제 분야에 강력한 조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돼 비경제적인 분야에서 朴특보의 입김은 거의 절대적일 것으로 청와대 내에서는 보고 있다.

신임 조순용(趙淳容)정무수석은 朴특보가 청와대 공보수석이던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였으며, 박선숙(朴仙淑)공보수석은 朴특보가 야당 대변인이었던 시절부터 부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朴특보는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 대통령 밀사로 중국에서 북한측 인사를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는 등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따라서 앞으로 朴특보가 金대통령의 후원을 바탕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제나 사회 문제는 전윤철 실장이, 외교안보통일 분야는 林특보가 챙기는 '3팀제' 운영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신임 田실장이 강한 개성의 원칙주의자여서 자칫 朴특보와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없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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