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술 타격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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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사진) 한나라당 전 대표가 3일 “(달성군수 후보 공천과 관련해) 당원들이 결정한 것도 존중하고, 달성군민들이 판단한 것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지난달 20일부터 13일간 지역구인 대구 달성으로 내려가 직접 지원한 한나라당 이석원 달성군수 후보의 낙선에 대해 이같이 말한 것이다. 달성군수 선거에선 무소속 김문오 후보가 이 후보를 약 3%포인트 차이로 물리쳤다. 박 전 대표는 2003년 탄핵 정국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자신이 지원한 수많은 선거 중 처음으로 패배했다. 그것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진 것이어서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체면은 깎인 셈이 됐다.

대구시당 관계자는 패배 원인과 관련, “공천을 주도한 박모 전 군수에 대한 거부감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엔 당 소속 이종진 현 군수가 재출마할 걸로 예상됐으나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역에선 박 전 군수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공천을 받은 이석원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낮게 나왔고, 무소속 김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그런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지역에 내려갔으나 역부족이었다. 지역의 당 관계자는 “사람들이 ‘박 전 대표는 지지하지만 공천 잘못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용인술’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는 한번 믿고 맡기면 주변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더라도 신뢰한다”며 “이번 실패가 박 전 대표에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4일 지역구를 다시 찾는다. 주성영 의원이 주도하는 산악회 행사(지역구 내 비슬산)와 지방선거 캠프 해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편 친박계인 구상찬 의원은 3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 지도부의 오만이 하늘을 찔렀다”며 “청와대 참모진 교체와 전면 개각 단행은 물론 세종시 수정안과 4대 강 사업 등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사업을 전면 중단 또는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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