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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스마터 시티 포럼’ 팔미사노 IBM 회장 기조연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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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널려 있는 정보는 그저 정보일 뿐입니다. 이를 분석해 (도시의) 문제 해결에 활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새뮤얼 팔미사노(59) IBM 회장은 4일까지 나흘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IBM 대륙 순회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도시 개조’를 위한 정보화를 강조했다. 인터넷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엄청난 분량의 디지털 정보가 양산되지만, 옥석을 가려 도시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 이름은 ‘스마터 시티(Smarter Cities) 포럼’.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좀 더 ‘똑똑한’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해 독일 베를린, 미국 뉴욕에서 열린 데 이어 ‘아시아의 수도’로 떠오른 상하이가 세 번째다. 상하이 포럼 규모가 개중 가장 크다. 일 년이 멀다 하고 중국에 새로운 ‘메가폴리스’가 속속 생겨나는 것을 염두에 뒀다.

팔미사노 회장은 도시를 ‘시스템의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개별 기업이나 기관이 가진 시스템과 정보를 한데 묶어 운용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급격한 도시화는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요한다.

“100년 전에는 지구상에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가 16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50개나 됩니다. 40년 뒤에는 인류의 70%가 도시에서 살게 될 겁니다. 의료·교통·에너지·물류·전력·교육·복지 등 해결과제를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지요.”

교통체증은 어떻게 하고 물과 에너지 부족은 또 어찌할 것인지. 이런 문제들은 기업들만의 힘으로 해결이 어렵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기업-기업 간, 기업-정부 간 통합시스템을 갖추고 정보를 공유하면 효과적인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마다 서류를 다시 작성하고 진단을 새로 받아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행정부처 간 또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이 더욱 중요해졌어요. 여기에 필요한 리더십은 카리스마와 독단의 리더십보다 파트너십과 양보의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해 당사자들과 납세자들의 지지를 키울 수 있어요.”

성공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차세대 전력망)’와 수자원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모범사례로 꼽힌다. 싱가포르 정부는 도로 시스템을 개선해 대기오염을 줄이고 물류를 개선했다. 미국 뉴욕시는 과거 범죄 패턴과 실시간 관련 정보를 분석해 범죄발생률을 2001년보다 27% 줄였다.

◆새뮤얼 팔미사노=PC 전략의 실패로 거의 망할 뻔한 공룡기업 IBM을 살려낸 루 거스너 회장의 후계자. 1973년 IBM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93년 통합시스템 솔루션 담당 사장, 2000년 최고업무책임자(COO)를 역임한 뒤 2002년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거스너 회장은 그를 가리켜 “샘(팔미사노 애칭)에겐 푸른 피(푸른색은 IBM의 상징 색. ‘빅 블루’는 IBM의 별명)가 흐른다”고 말했다. 정통 IBM맨이라는 뜻이다. 경영 스타일은 공격적이고 과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터 시티(Smarter Cities) 포럼=지속가능한 도시발전 방안과 도시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행사. 상하이 행사에는 38개국 180개 도시에서 온 IT 업계 관계자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과 이상훈 KT 기업고객 부문 사장, 오세현 SK텔레콤 C&I 비즈컴퍼니 사장 등 국내 기업인들과 김상협 대통령실 미래비전비서관 등 국내 정부·학계 인사 20여 명도 참석했다.

IBM은 이번 행사에서는 도시의 6대 기능으로 꼽히는 교통, 공공안전, 에너지, 수자원, 행정서비스와 교육, 의료서비스에 관한 시스템 운영과 혁신 노하우를 소개했다.

상하이=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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