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손보기' SBS 심사 결론은 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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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방송위원회가 마침내 SBS의 지상파사업 재허가 추천을 조건부로 의결했다. '매년 기부금 공제 후 세전 이익의 15%를 공익재단에 출연할 것'과 사회환원 출연액 중 미출연금 300억원을 SBS가 제시한 대로 100억원씩 3년간에 걸쳐 내라는 등의 조건부다. 이런 결론을 보는 우리는 씁쓸하다. 5개월여를 끈 재허가 심사가 겨우 돈싸움을 하자는 것이었는가라는 회의가 들기 때문이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유용하게 사용하는지 감시하여 심사하는 것이 방송위원회의 책무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SBS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많은 잡음만 야기시켰다.심사기간 내내 'SBS 손보기'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자의든 타의든 직계가족이 경영현장에서 물러났다. 또 현재의 최고경영자의 위상을 문제 삼는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니 방송위가 권력 측의 정치적 판단을 쫓아 심사를 끼워맞추기한다는 모습으로 비친 것도 사실이다. 90일로 예정된 심사기간이 3차에 걸쳐 연장되고 그 후 3주가 지나서야 겨우 조건부 허가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시간끌기로 목줄을 죄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이 공통적이었다.

방송위원회는 추천심사에 앞서 "재허가 추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과 공적 책임 실현 여부를 평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심사가 공익재단에 돈을 얼마나 내놓을 것인가를 두고 방송사와 기 싸움을 벌인 것에 불과했다. 이것이야말로 방송위원회가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린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심사과정을 통해 방송위원회는 그 힘의 막강함을 보여주었다. 재허가 추천심사과정에서 위원장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을 주장하고 조건부 허가추천을 운운하는 등 초법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식으로 방송위가 운영된다면 누구도 방송위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재허가추천은 방송위원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SBS 측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