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16, 민주당 45 수도권 시·군·구 권력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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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이 같은 압승의 효자는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4년 동안 시장과 구청장, 시와 구 의회가 여당 일색이어서 시정에 대한 견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당의 공천잡음도 민주당 승리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나라당은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구청장 중 6명이 뇌물수수 등으로 중도 하차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구청장 6명이 비리로 물러나면서 유권자들에게 박힌 부패 인상을 지우기 위해서도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송파·강남·서초 등 강남벨트를 비롯해 여권 지지세가 강한 중구와 종로·양천구 등에서 새로운 인물을 내세웠다. 3선 연임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구청장을 제외한 한나라당 소속 현직 구청장 16명 중 6명만 재공천됐을뿐이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강남벨트는 물론 중구·동작구 등의 후보자가 후보 등록일이 다 돼서야 결정될 정도로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다. 특히 강남과 양천·영등포·도봉·금천 등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현직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권 표를 잠식했다.

경기나 인천 등에서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막강한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기도당 하근철 사무처장은 선거 직전 “야권 경기지사 후보 간 단일화 이후 표심이 움직이고 있어 절반 정도는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선거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이 같은 공세는 허세가 아니었음이 실증됐다. 경기 고양시에서 3선에 도전했던 한나라당 강현석 후보는 야 5당 단일후보인 민주당 최성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민주당이 무소속 후보를 위해 공천을 하지 않은 가평과 동두천 등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1위를 하고 있다. 인천시 기초단체장 10곳 중에서도 개표가 진행된 5곳에서 모두 민주당이 앞서가고 있다. 강화군수 선거에서는 무소속 안덕수 후보가 한나라당 유천호 후보를 세 배 가까이 앞섰다. 또 동구청장 선거에서는 야권 단일 후보인 민주노동당 조택상 후보가 한나라당 이흥수 후보를 앞섰다. 

장정훈·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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