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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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과 미국은 지금 '체면 싸움' 중입니다."

1989년부터 93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는 북.미관계가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은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미 민간교류 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인 그레그 전 대사는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군 세미나 참석차 방한했다.

-북.미 대화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평양은 2000년 10월 발표한 북.미 코뮤니케를 인정하라고 주장하고 워싱턴은 이를 못들은 척 하고 있어요. 현재 양국은 서로 '한 발 물러서는 쪽이 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라고 했는데, 이것이 옳은 말입니다. 미국이 먼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어요. 정부의 신임을 받는 인사를 평양에 파견,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나는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그 역할을 수행할 용의가 있어요."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는요.

"평양이 상징적인 조치를 취하면 북.미 관계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컨대 68년 억류된 푸에블로호를 돌려주거나 평양 국제영화제에 미국 인사를 초청하면 반응이 좋을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해제시켜줄 가능성은.

"북한이 명심할 것은 부시 대통령이 아주 터프한 지도자라는 점이에요. 워싱턴은 평양의 언사가 아닌 구체적 행동을 중시해요. 북한이 진정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되고 싶으면 남북간에 이미 합의된 경의선, 이산가족, 남북회담 등을 착실히 이행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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