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동국 가슴에 일장기?" 영화 속 장면 놓고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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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축구 선수 이동국이 일장기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일본 대표 선수로 뛴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다음달 1일 개봉하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 등장한다. 영화는 서기 2009년, 한국이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라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SF물.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아닌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떨어졌고,일본은 당당히 2차 대전의 승자가 됐다. 광화문 네거리엔 이순신 장군 대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기마상이 서 있고 조선총독부가 건재하며 한국인은 모두 창씨 개명을 하고 일본 말을 사용한다. 따라서 88 서울올림픽은 88 나고야올림픽으로 뒤바뀌어 나오고 당연히 2002년 월드컵도 일본 단독 개최 방식이다.

이동국 선수가 일장기를 단 모습은 이같은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다른 일본 국가 대표 선수들과 함께 나란히 소개된다. 이 선수의 원래 사진에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태극기를 일장기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시간은 10초 정도.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한.일 월드컵을 앞둔 상태에서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쪽과 "영화적 상상력에 지나지 않는다"며 옹호하는 쪽의 공방이 치열하다. 한편 이선수는 시나리오를 읽어본 뒤 흔쾌히 자신의 사진을 변형하는데 동의했다고 한다.

제작사인 튜브 커뮤니케이션측은 "일부 장면만 분리해 보면 지엽적으로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영화 전체적으로는 국민 정서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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