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음식 연15조… 자동차 수출액과 맞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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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뒷골목의 한 식당. 1백여명의 손님이 소주와 불고기.냉면 등을 먹느라 소란스럽다.

군데군데 손님들이 떠난 자리에는 먹다 남은 반찬 그릇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젓가락 한번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접시도 눈에 띈다. 식당 주인(47.여)은 "매일 2백㎏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온다"며 "손님이 줄어들까봐 밑반찬 종류를 줄이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매년 전국에서 4백만t이 넘는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생겨나고 있다. 연간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10t 트럭에 실어 한줄로 세운다면 서울~부산을 두번 왕복하고도 남는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환경부가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연간 14조7천5백억원(1999년 쓰레기 발생량 기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가정에서 6조2천8백억원, 음식점.집단급식소에서 8조4천7백억원이 각각 버려지고 있었다.

국민에게 공급된 전체 식품 가운데 섭취하지 않고 손실되는 것을 음식물 쓰레기로 간주하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한 액수다. 이는 한해 자동차 수출액과 비슷하고,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70개 지을 수 있는 액수다. 올해 정부예산(1백12조)의 13%인 엄청난 금액이 잘못된 음식문화 때문에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88년 조사 때의 8조원보다 7조원 가까이 늘었다"며 "가계의 외식비 지출이 늘고 물가가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를 수집.운반.처리하는 비용이 연간 4천억원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5조원을 웃돌고 있다.

실제로 음식물 쓰레기의 절반 정도는 사료.퇴비 등으로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지로 보내져 땅에 묻히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쓰레기 침출수는 오염 농도가 높아 처리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전국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95년 종량제 실시를 전후해 큰 폭으로 줄었으나 98년 이후에는 하루 1만1천여t에서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음에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윤종수(尹鍾洙)폐기물정책과장은 "음식물 쓰레기를 현재보다 20% 줄이기 위해 곧 범국민적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이동훈(李東勳.환경공학)교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퇴비화.사료화의 확대, 안전한 소각.매립 기술의 개발 등이 이뤄져야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확실히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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