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차기주자 캠프촌 탐방] 여의도는 '경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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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의도 민주당사 주변은 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들의 '캠프촌'이다. 7명 모두의 경선대책본부(캠프)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주자와 참모들에겐 '대권의 산실'이다. 하지만 캠프정치에 밀려 민주당 중앙당사는 절간 분위기로 가고 있다.

17일 오전 9시, 여의도 맨하탄 호텔 바로 옆 동우 국제빌딩 4층 이인제(李仁濟)고문 캠프.1백50평 사무실 안은 이미 한시간쯤 전부터 조직.기획.홍보를 담당하는 참모 30여명으로 북적거린다.

이날 장성원(張誠源)의원 등 현역의원 4명과 특보단을 포함한 10여명의 참모들은 '20일로 예정된 李고문의 출마선언을 성공적으로 치를 방법'을 논의했다.

李의원 캠프의 특징은 현역 의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열리는 회의에는 현역의원 6~7명이 고정 출연한다.

정무.총무 참모들은 인근 정우빌딩 캠프에 있으며, 국제빌딩은 제2 캠프다.이날 하루 동안 李고문의 제2 캠프에는 서울시의원.지구당 부위원장.당직자 등 1백여명 이상이 다녀갔다.

바로 아래층에는 김중권(金重權)고문의 50평 남짓한 캠프가 있다. '국민대통합의 지도자'라는 포스터가 걸려 있는 사무실은 그러나 여직원 등 몇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인근 대하빌딩에 있는 1백여평 규모의 한화갑(韓和甲)고문 캠프 사무실은 나이 지긋한 당료들의 출입이 빈번하다. 정순균(鄭順均)언론특보는 "韓고문의 당내 기반이 튼튼하고 오랫동안 함께 정치를 해온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문희상(文喜相).설훈(薛勳).조성준(趙誠俊)의원 등이 참모다. 이들 열성 3인방이 韓고문의 전략과 행동반경에 대해 깊숙한 조언을 하고 있다. 韓고문의 사무실 한편엔 입당원서와 국민경선 참여 희망자 모집원서가 쌓여 있다.

韓고문측은 "결국은 이번 선거도 조직에서 승부가 난다"고 말했다.

대하빌딩 바로 옆 금강빌딩 3층은 노무현(盧武鉉)고문의 캠프다. 1백여평. 30여명의 참모 중 상당수가 학생운동권 출신의 386세대여서 마치 대학 총학생회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현역 의원들의 출입은 거의 없다. 공보를 담당하는 김만수 부천시 시의원이 캠프 내에서 '유일한 현역의원'으로 불린다.

미주빌딩의 김근태 고문 캠프는 金고문의 성격을 반영하듯 연구소 분위기다. 오전 11시40분 전북 부지사 출신인 장세환 언론특보는 전화통에 매달려 "강서구 지구당 방문 때부터 일절 금일봉을 건네지 않을 방침"이라는 내용을 언론에 알리고 있다.

후발주자인 정동영(鄭東泳)고문과 유종근(柳鍾根)전북도지사의 캠프는 다른 주자들의 캠프와는 멀찍이 떨어진 KBS 본관 근처에 있다.

'젊고 유연한 리더십'을 강조하는 鄭고문은 참모들과의 전략회의 때 자유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수첩을 지참하지 못하게 한다. 참모들과는 선 채로 얘기하는 회의를 선호한다.

柳지사의 캠프는 화사한 인테리어로 벤처기업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지난 4일 58세에 득남한 柳지사에게 여성잡지들의 인터뷰가 쇄도 중이라고 한다.

각 주자의 캠프는 활성화되고 있지만 정작 당은 힘이 빠지고 있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당대회준비위와 당 선관위 구성건을 의결해야 할 16일의 당무회의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당 사무처가 참석을 독려했지만 17일 재차 열린 당무회의도 간신히 의결정족수를 채웠다.

송상훈.강민석.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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