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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폐지안 법사위 사회 놓고 휴일도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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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4일 밤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보법 폐지안 상정문제를 두고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左)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위원장석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지난 주말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법사위 상정을 놓고 벌어진 여야 대치 상황이 이번주 초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상황은 더욱 나빠지는 쪽이다. 여야 모두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보안법에서 비롯된 여야 파열음이 예산 및 경제 관련 법안,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에까지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지난 3일과 4일 야당의 저지로 보안법 폐지안과 형법 보완안 상정에 실패한 열린우리당은 6일 오후 법사위를 재소집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도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위원장이 상정을 막는다면 의사진행을 기피한 것이 명백한 만큼 국회법에 따라 우리 당 최재천 간사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은 "보안법 폐지안 등을 상정하더라도 이번 정기국회에선 제안 설명만 하고 본격적인 토론은 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협조할 여지를 남기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여야 원탁회의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민간투자법과 기금관리기본법 등도 정상적인 법안 처리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를 위해 6일부터 국회 운영위를 소집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5일 "최연희 위원장이 사흘에 걸쳐 하루 두시간씩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것이 왜 (의사진행을) 기피한 것이냐"며 "여야 합의가 안 돼 상정하지 않은 것을 놓고 위원장 자리를 강탈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안법을 상정만 하고) 토론하지 않는다면 왜 굳이 지금 보안법 폐지안을 상정해야 하느냐"며 "일단 상정해 놓고 군사작전 하듯 기습처리하려는 꿍꿍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도 언급했다. "정부.여당이 이 시간까지 국방위 상정도 하지 않은 채 팔짱끼고 있으면서 어떻게 노 대통령이 국회 통과를 확신한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향후 이 문제를 '여당 압박용' 카드로 쓸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당 출입기자들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여당이 먼저 보안법 폐지 당론을 철회해야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당이 보안법 개정에 뜻이 있었다면 예전에 내가 보안법의 명칭을 바꾸고 '정부 참칭' 부분도 삭제하자고 했을 때 논의의 장으로 나왔어야 했다"며 "이제 와서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김정욱.김정하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이론상 직무대행 가능 위원장 동의가 문제

◆법사위원장 직무대행 논란=최연희 법사위원장이 계속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늦출 경우 여당 간사가 위원장석에 대신 앉을 수 있을까.이론상으론 가능하다.국회법 50조5항은 위원장이 위원회의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거나 직무대리자를 지정하지 않아 위원회 활동이 어려운 경우 위원장이 속하지 않는 당의 간사 중 다수당의 간사가 직무를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990년 거대 여당이던 민자당이 평민당에게 상임위원장직을 일부 나눠주면서 평민당 소속 위원장들의 ‘전횡’을 막기위해 도입한 조항이다.열린우리당은 이 조항을 근거로 최 위원장이 계속 의사진행을 미루면 위원장직을 넘겨받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고 있다는 판정을 누가 내릴 것이냐 하는 점이다.국회 관계자는 “위원장 본인이 최소한 묵시적으로나마 사회권을 넘기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직무대행 선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위원장 직무대행이 선정된 과거 6번의 사례를 살펴 보면 전부 위원장의 사전·사후 양해가 있었던 경우였다.여야가 충돌하는 경우는 국회법만으로 해결되기 힘들다는 것이다.실제로 지난해 열린우리당 소속 배기선 문광위원장이 한나라당이 낸 ‘KBS수신료 분리징수안’의 표결처리를 계속 거부했지만 한나라당은 끝내 사회권을 넘겨받지 못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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