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장애·비장애 어린이 함께 놀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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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서울대 사회심리학과 대학원에서 재미있는 실험이 이뤄졌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무엇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느냐 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이렇다. 연인의 경우, 파트너를 만난 후 자신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커플이 가장 확고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이는 부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결혼 후 생활이 개선되고 있다고 믿는 부부일수록 그 결혼 생활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인철 교수는 "일시적 행복감 보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한다는 생각이 미래에 대한 확신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BS의 인기 유아 프로인 '방귀대장 뿡뿡이'가 10일부터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어울려 노는 내용을 방영한다.

지금까지 9회 분이 성공적으로 녹화됐다. 애초 어른들의 우려와는 달리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는 한바탕 같이 노는 것만으로도 친구가 됐다.

몸이 불편한 아이가 쓰러지면 서로 일으켜 세워주며 함께 웃고 춤을 췄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장애 아동의 엄마들은 물론 제작진들도 여러차례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제작진들은 이번 녹화가 자신들의 방송 생활 중 가장 보람있는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방영을 앞둔 이들은 뿌듯함보다 TV를 본 비장애아 엄마들의 항의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에 대한 벽이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 도움이나 동정어린 시선이 아닌, '동류(同類)'로서의 따스한 눈길이라고. 편견 없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사회가 그들이 꿈꾸는 미래다.

지상파 방송에서 장애아들을 유아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끌어 안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EBS의 이 의미 있는 첫걸음이 '일신우일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기존의 편견과 벽을 깨고,'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을 때 그들도 미래에 대해 보다 밝은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다행히 제작진들은 장애 아동과 함께 하는 프로를 일시적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한다.

임오년 새해, 이 프로가 장애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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