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정책 누구 말을 믿으란 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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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부동산 세제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연일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해 10.29 부동산 대책 때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던 1가구 3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의 혼선이 대표적이다.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달 12일 "시행을 1년 정도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내년부터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기회를 더 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중과세 방침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며 딴소리를 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정부가 중과세 시기를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청와대가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 시행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부총리는 3일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1년 연기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재천명했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헷갈리지 않을 재간이 없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우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신중하게 결정되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누차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여전히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정책이 어디로 가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내년부터 도입하겠다는 종합부동산세는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많아 법안을 국회에 상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맞물려 내리기로 한 부동산 거래세를 얼마나 낮출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내가 내야 할 세금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리 없다. 이 부총리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의 혼선이 다양성이란 말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에서 나온다. 그런데 작금의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만 높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