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공학 연구, 세계수준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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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생명공학 분야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는 국내 과학자들의 개가는 각종 게이트로 얼룩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안겨주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사이언스지는 침팬지 지놈 지도의 완성과 거부반응이 없는 복제 돼지의 탄생을(본지 1월 4일자 1면), 네이처지는 세포 자살의 지연이 노화와 암의 원인이란 한국인 과학자의 연구 논문을 실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양대 과학잡지의 신년 첫 호에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논문이 세 편이나 동시에 게재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는 먼저 이들의 개가에 박수를 보낸다. 생명공학은 질병의 치료를 통해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고, 수익 창출로 국부의 원천을 마련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산업이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의 육성엔 국가적 역량이 집결돼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결실을 보기 위해선 지금부터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생명공학의 핵심 인력인 기초 의학자를 양성해야 한다. 우수한 두뇌들이 너도 나도 환자를 보는 의사, 그것도 그저 돈벌이가 되는 미용성형 분야로 몰리고 있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

선진국처럼 타 대학 전공자에게 의과대학의 문호를 개방하고 이들이 기초연구에 매달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구체안으로 등록금 경감, 병역면제 혜택, 그리고 의학이학박사(MD-PhD)제도 등을 도입할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윤리와의 충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생명공학은 필연적으로 윤리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배아복제 연구의 허용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 사례다. 그것이 찬성이 됐든, 반대가 됐든 국민적 합의가 시급하다. 생명공학 연구자들이 안심하고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선 법적.윤리적 한계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생명공학 기술의 적극적 수용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근거없는 우려와 규제보다 어떻게 선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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