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고향 통영의 쪽빛 바다 화폭에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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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통영의 쪽빛 바다색을 화폭에 담던 화가 전혁림(사진)씨가 25일 오후 6시 50분 별세했다. 95세. 2005년 연 개인전 제목을 ‘구십, 아직은 젊다’고 붙였고, 최근까지도 종일 캔버스 앞을 떠나지 않던 노장도 백 수(壽) 앞에서 붓을 놓치고 말았다. 지난달 말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화가 아들과 연 ‘전혁림·전영근 2인 초대전’이 마지막 나들이가 되고 말았다.

전혁림은 1915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수산학교를 다니며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했다. 49년 제1회 국전(國展) 서양화부에 ‘정물’이 입선하며 경남 지역의 신진 양화가로 주목받았고 60년대에는 부산 대한도자기회사 공방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며 나름의 화풍을 세웠다.

화가 전혁림이 서울 화단에 본격 소개된 것은 그가 회갑을 맞은 1975년. 뒤늦게 작품이 평가받으면서 89년 서울 순화동 호암갤러리에서 중앙일보사 주최로 ‘전혁림 근작전’이 열렸다. 2002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뽑혔다. 2003년 통영시 봉평동에 자신의 개인미술관인 ‘전혁림 미술관’을 세운 뒤 작업에만 몰두해 왔다. 빈소는 통영 숭례관, 발인은 29일 오전 11시. 055-643-1024.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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