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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장비 사업자 선정과정 '초강력 바람막이'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4천4백억원 규모의 국방부 '차세대 VHF(초단파)무선장비' 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해 새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의원이 국회 예결위에서 1998년 당시 국방부의 사업자선정 과정에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16일엔 같은 회사에 대한 또다른 의혹이 나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했다.

◇ 또 다른 의혹=감사원은 98년 8월 대영전자㈜의 AM무전기 군납에 대한 감사를 한 결과 이 회사가 신용장을 위조해 4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사실을 적발했다.

또 이 돈을 해외로 밀반출하려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실제 구입가가 1백24만달러인 품목을 신용장에는 2백58만8천달러로 기재하는 등 두배 이상의 폭리를 취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문제는 국방부의 처리과정이다.

감사원 적발 후 국방부는 부당이익금을 회수했고, 국방부 조달본부는 '업체제재 방안 검토보고서'를 올려 방산업체 지정 취소를 건의했다.

이에 따른 징계조치가 진행 중이던 98년 12월 17일 군기관의 성능시험 결과에서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대영전자가 VHF무전기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국고환수 조치가 완료된 것이 98년 12월 31일이다.

국방부는 국방부 조달본부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방산업체 취소시 군 전력화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며, 그동안의 공로를 감안해서' 경고장을 보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국방부가 2000년 5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영전자는 97년부터 2000년까지 총 71건 1천5백29억원의 수의계약을 했다.

◇ "C씨와 현 정권의 유착관계 고리 드러날 것"=한나라당은 대영전자에 대한 특혜의혹을 계속 파고 있다.

현 정권 고위층과 밀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재미동포 출신의 무기중개상 C씨와 현 정권의 군수비리를 밝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지난 14일 이와 관련한 1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신범 전 의원은 "대영전자의 실질적 소유자는 전 대우그룹 전문경영인인 Y씨로 그는 C씨와는 고교동기"라며 "이들이 어떤 협력관계를 가졌는지가 바로 현 정권의 군수비리를 캐는 열쇠"라고 말했다.

그는 "99년 C씨가 골프장과 TDX사업을 인수하려 했던 것이나, 정보통신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김학송 의원도 "이 정권 출범 초기에 대우그룹 핵심 관계자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 VHF 무선장비사업 관련 국방부 해명=최동진(崔東鎭) 국방부 획득실장은 "VHF 무선장비사업은 김영삼 정부 때만 해도 제품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1개 사단 규모의 시험에서 제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취소한다는 조건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사단 규모로 시험을 했는데 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판단돼 사업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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