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시신과 6개월 송모군, 양부모 만나 단란한 삶 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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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편히 잠드세요. 이젠 저에게도 가족이 생겨 행복해요."

지난해 12월 경기도 이천시 외딴 집에서 숨진 어머니의 차가운 시신을 옆에 두고 외로움과 공포 속에 홀로 6개월을 지내다 발견된 송모(당시 15세)군이 1년 만에 세상의 넓은 품으로 돌아왔다.

당시 중학교 3년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에 혼자 남아 영양 실조와 심각한 대인 기피증까지 보였던 송군은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족도 만났다.

송군이 1년 만에 안정을 찾은 것은 송군의 딱한 사연이 알려지며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매달 송군의 예금통장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20여명의 이름없는 독지가, 대기업 봉사단체와 노동조합, 학원비를 면제해주는 학원장, 급식비를 지원해주는 학교운영위원 등이 말없이 송군을 도왔다.

송군은 지난 20일 혼자 살던 창전동 원룸에서 학교가 가까운 송정동의 작은 전세 아파트로 이사했고, 이곳에서 새 식구도 만났다.

그동안 송군의 생활비와 후원금을 관리하며 수양아버지 역할을 해준 예광교회 최성운(48)목사의 주선으로 만난 같은 교회 전도사 손지웅(29)씨 부부와 손씨의 9개월된 딸이 한 가족이다.

송군은 "혼자 살 때는 시간이 없고, 게을러 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았는데 이제 아침밥을 먹고 학교를 갈 수 있어 정말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송군의 담임교사는 "송군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지난 학기에는 학급에서 2등을 할 정도로 공부도 열심"이라며 "말도 없고 사람을 두려워하던 송군이 웃고 장난하는 모습을 볼 때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천=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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