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신용조회 '불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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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기관들의 허술한 신용조회를 틈다 4058명의 신용불량자가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1195억원의 신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금융기관 신용평가 시스템에 대해 특감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됐다고 29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1998년부터 올 5월까지 행정 착오에 따른 번호 정정 등의 이유로 행정자치부를 통해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신용불량자 7578명 가운데 4058명이 1195억원의 신규 대출을 받았다. 경기도 안성에 사는 A씨는 1999년 신용불량자로 등재됐으나 주민번호를 바꾸는 수법으로 모두 3억7000만원의 신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해당 금융기관은 감사원 감사 전까지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외교통상부와 금융기관의 금융정보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외이주자들이 대출금을 떼먹고 출국하는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이 1998년부터 올 초까지 외교통상부에 해외이주 신고를 한 7만4695명의 금융거래 내용을 조사한 결과 신고자 가운데 4431명이 신용불량자로 밝혀졌으며 이들 중 2789명이 2362억원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출국했다.

금융기관들의 기업정보 관리 실태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금융업계의 기업 여신정보 관리현황을 들여다본 결과 542개 금융기관이 전국은행연합회에 제공한 7만5477건의 각종 금융거래정보가 연합회 전산망에서 누락돼 있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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