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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칸다하르 포기] 탈레반 이젠 손 들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과 북부동맹의 협공을 받아온 탈레반이 최후의 거점인 칸다하르를 포기키로 결정했다. 1996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래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90%를 통치해 온 탈레반이 자신들의 본거지에서마저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더이상 설 땅이 없게 된 탈레반은 남부 산악지대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며 끝까지 미국에 맞서 싸우거나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항복하는 길의 두가지 선택만 남게 됐다. 탈레반과 파슈툰족 군벌간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여태까지의 상황으로 미뤄보면 탈레반은 결사항전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완전항복보다 높아 보인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가 칸다하르를 과도정부 수반으로 내정된 하미드 카이자르에 내주지 않고 대신 무자헤딘 출신 물라 나키불라에 넘기기로 결정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오마르를 비롯한 탈레반 지도자들은 미국과 북부동맹의 공세에 대항하면서도 한편으론 안전한 퇴각을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파슈툰족 지도자들과 협상해왔다. 이 가운데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카이자르에게 칸다하르를 양도하는 것은 사실상 미국에 굴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경우엔 오마르 자신의 생명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오마르는 이 점을 감안해 자신의 생명과 안전한 도피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나키불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 "탈레반이 칸다하르를 버리고 달아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산악 게릴라전으로 돌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오마르가 칸다하르를 포기한 뒤 미국의 대테러전쟁은 북부동맹과 공동으로 남부 산악지대에서 탈레반 잔당과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동부 잘랄라바드 인근 지역에서 빈 라덴 추적작전을 펼치는 두가지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탈레반이 과연 보유중인 무기 가운데 어느 만큼을 나키불라에 양도할지 여부도 앞으로의 향배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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