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특사, 전향적으로 검토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남북한의 공식 대화채널이 끊긴 지 4개월이 다 돼간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장관급 회담에 불참한 이후 북한은 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이 상태가 지속돼서는 안 된다. 시기적으로도 미국의 새 외교안보팀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강경입장을 굳히기 전에 남북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바깥 세계로 향한 통로를 틀어막는다고 체제가 안정되는 게 아니다.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으니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게 된다. 권력체제 이상설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설까지 나오고, 이를 중국이 해명에 나서는 장면은 비정상이고 북한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남한뿐이라는 걸 북한도 경험적으로 깨닫고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으면 미국과 일본에 대한 남한의 설득력이 약해지고, 그 결과는 한반도에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도 막힌 곳을 뚫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화 통로 복원이란 차원에서 대북특사 파견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물론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경제 지원 등 북한 달래기로 대처해 온 건 좋지 않은 선례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중단돼도 남한으로부터 얻을 건 다 얻어낼 수 있다고 북한이 착각하게 한 측면이 있다. 지금도 쌀 40만t과 비료 10만t,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으로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두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다만 대북특사 파견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내외적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지나친 대가를 지불해서도 안 된다. 정국 돌파용으로 2차 남북 정상회담에 집착하거나 조급증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정상회담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성사돼야 후유증이 작다. 특사를 파견하더라도 북한의 6자회담 참여 등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설득이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