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규 채널, 공정·투명한 심사가 핵심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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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온갖 논란을 딛고 국회가 지난해 미디어 관련법을 통과시킨 이유를 되새겨보면 향후 방향도 명료해진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신문·방송 등 매체 간 장벽을 허물어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게 법 개정의 근본 취지였지 않은가. 서구 선진국들은 물론 심지어 중국조차 ‘미디어산업진흥계획’을 통해 매체 간 칸막이 허물기, 미디어기업 대형화·디지털화를 거국적(擧國的)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법안 논의 과정에서 야권의 정략적·시대착오적 반대로 홍역을 치르더니, 법 통과 이후에는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한 탓에 쓸데없는 오해를 자초했다. 전 세계 경쟁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국내 미디어 산업만 발목이 묶인 처지였다. 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용 사업자 선정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한 것은 최소한 일정상의 불확실성은 걷어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방통위는 지난해 7월 미디어법 통과 이후 “11월께 채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식언(食言)에 그치고 말았다.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시행령 지연 등 변수가 있었다 해도 근본적으로는 방통위가 정치적 억측들을 불러온 셈이다. 오는 8월 선정방식·심사기준 발표, 9월 신청 공고, 연내 사업자 선정 등 어제 발표한 일정만큼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실천에 옮기길 촉구한다.

일정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방송채널 사업자 선정 과정의 객관성·공정성·투명성이다. 선정 기준은 미디어 관련법 개정 취지와 맞아떨어져야 한다. 국내의 ‘우물 안’에서 어느 개구리에게 유리하고 어느 개구리에게 불리한지 좀스럽게 따지는 차원이어선 곤란하다. 정치적 고려는 아예 꿈조차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랬다간 미디어법의 정당성마저 결정적으로 훼손된다. 무엇보다 거대 복합미디어 업체들이 군웅할거(群雄割據)하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력, 콘텐트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 사업 의지에 걸맞게 역량이 충분한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모든 과정은 일반 국민도 납득하게끔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방통위가 미디어 환경 선진화에 소명의식을 갖고 임하길 다시 한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