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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11월] 차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처용암 일몰-

천년을 빗질해도 헝클어진 구름조각

개운포 검은 물에 형상을 담궈놓고

폐수에 몸을 뒤채며 묵상하는 처용암.

화강암에 새긴 처용가 무심한 글귀들이

잡풀로 머리풀고 석양에 곡을한다

사당앞 쓰러진 고목도 해신 불러 굿을 한다.

공단 저쪽 불어오는 납빛무게 바람 몇 점

처용은 패혈증으로 밤낮 구토를 해대고

발묶인 목선도 두엇 실어증을 앓고 있다.

혼들이 빠져나간 철거민의 빈집들

대들보도 수몰된 채 갈대마저 무릎 꿇고

고압선 저 혼자 외로이 메시지를 전송한다.

김병환 <울산시 남구 야음3동 712-6 야음 주공아파트 29동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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